리움미술관 건물 밖에 검은 돌을 쌓아 만든 옹벽이 있다. 그 돌 틈에 크리스털 50개가 박혀 있다. 작가가 하나씩 직접 끼워 넣었다. 다만 늘 보이지는 않는다. 서 있는 자리와 그날의 날씨, 해가 걸린 각도가 맞아떨어질 때만 반짝인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구정아는 못 볼 가능성까지 작품의 일부로 열어 두었다.
- 《구정아: 우스모스》 · 리움미술관 · 2026.9.5(토) – 12.27(일)
- 구정아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 · 1990년대 초기작부터 리움 신작까지 35점
- ‘우스모스’ = 작가가 만든 말 ‘우스(OUSSS)’ + 우주 ‘코스모스’
- 작품은 M2 전시실 · 로비 · 미술관 밖 옹벽 · 고미술 상설전시실까지 흩어져 있다
- 신작 〈모비우스〉는 폭 8m 스테인리스 스틸 · 위에서 보면 무한대 기호(∞)
- 〈마그넷 시티즈〉는 접착제 없이 자력만으로 서 있는 자석 벽 9점
- 드로잉 〈R〉 1001점은 상자 77개에 나뉘어 있어 한 번에 다 볼 수 없다
- 관람료 18,000원 · 화–일 10:00–18:00 · 월요일 휴관 · 매표 마감 17:30
구정아는 어떤 작가인가?
올해 59세인 설치미술가다. 2024년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오도라마 시티》를 선보였다. 그때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다뤘다. 한국인과 입양인, 북한 출신 주민 등에게서 향에 얽힌 이야기 600편을 모아 향 16개로 만들어 전시장에 풀었다. 30년간 매체는 계속 바뀌었지만 다루는 대상은 한자리에 있었다.출처: 헤럴드경제 2026.9.1 기자간담회 기사 ·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구정아 – 오도라마 시티》 공식 소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8월 31일 간담회에서 이렇게 정리했다. “구정아는 끝없이 작업 형태를 바꿨지만, 숨겨진 가능성을 열려는 시도만큼은 30년간 이어졌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그의 작업을 오래 들여다보면 변화보다는 지속이 먼저 보인다”고도 했다.
작가 본인의 설명은 더 짧았다. “본다는 것은 이해하는 것, 아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을 “좀 웃기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전시장에는 유령 캐스퍼를 닮은 형상이 바닥에 깔려 있다.
그가 오래 품어 온 질문도 간담회에서 나왔다. 왜 1초 전과 1초 후가 다 같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거대한 개념처럼 들리지만 그가 그걸 다루는 방식은 대개 작고 조용하다.
‘우스모스’는 무슨 뜻인가?
두 단어를 겹친 말이다. ‘우스(OUSSS)’는 작가가 1990년대 중반에 직접 만든 단어로, 소리이면서 접두사이고 접미사다. 뜻이 하나로 고정되지 않고 다른 말과 계속 결합한다. 여기에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COSMOS)’가 붙어 우스모스(OUSSSMOS)가 됐다. 서로 다른 사물과 힘, 기억과 시간이 만나고 흩어지며 관계를 만들어 가는 그의 작업 세계를 가리키는 이름이다.출처: 헤럴드경제 2026.9.1 · 머니투데이 2026.8.31 — 리움미술관 제공 전시 설명
사전에 없는 말이라 처음 들으면 막막하다. 그런데 전시를 돌다 보면 이 말이 곳곳에 박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신작 제목 〈모비우스〉의 원어는 MOBIOUSSS다. 수학자 뫼비우스에 ‘우스’를 겹쳐 붙였다.
‘우스’는 때로 에너지와 물질의 이름이 되고, 때로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다. 청동 조각 〈강세 S〉의 형상도 여기서 나왔고, 베니스 한국관에서 향을 퍼뜨리던 디퓨저 조각의 이름도 우스였다. 한 단어가 30년간 형태를 갈아입으며 살아남은 셈이라고 하기에는, 오히려 계속 번식했다는 쪽이 맞겠다.
전시장에서 무엇을 보게 되나?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대형 곡면 구조물 〈그라비타〉(2025)다. 스케이트 파크를 한 조각 떼어낸 듯한 형태에 인광 안료가 발려 있어, 조명이 켜져 있는 동안 빛을 머금었다가 어두워지면 푸른빛을 낸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폭 8m 스테인리스 스틸 〈모비우스〉(2026)가 있다. 옆에서는 터널처럼 보이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무한대 기호(∞)다.출처: 헤럴드경제 2026.9.1 · 머니투데이 2026.8.31 — 8월 31일 언론 공개 및 리움미술관 제공 자료
| 작품 | 화면에서 볼 것 | 어디에 |
|---|---|---|
| 〈그라비타〉 Gravita · 2025 | 스케이트 파크를 떼어낸 형태 · 인광 안료라 어두워지면 푸른빛 | 로비 |
| 〈모비우스〉 MOBIOUSSS · 2026 | 폭 8m · 위에서 보면 ∞ · 각도에 따라 내가 비치거나 사라진다 | M2 |
| 〈마그넷 시티즈〉 2018, 2025 · 9점 | 수천 개 자석이 접착제 없이 자력만으로 벽·기둥이 된다 | M2 |
| 〈무제〉 1998 | 큐브 안에 세운 연필심 57개 · 쿵쿵거리면 무너질 듯하다 | M2 |
| 〈R〉 2005 – · 드로잉 1001점 | 나무 상자 77개 · 벽에 걸리는 3점은 매달 바뀐다 | 세 공간 |
| 〈나&당신〉 2026 | 바닥의 붉고 푸른 기하 패턴 · 곡선에 점을 찍으면 캐스퍼가 된다 | M2 |
| 〈강세 S〉 Gangse S | 발뒤꿈치와 머리카락만으로 선 청동 · 무거운데 떠 보인다 | M2 |
| 〈테라 인코그니타〉 2026 | 3D 영상 〈우스〉(2014–2022)에서 파생된 영상 | 더월 |
| 〈리얼리티 업그레이드 & 엔드 얼론〉 2003/2026 | 돌 틈의 크리스털 50개 · 해의 각도가 맞아야 보인다 | 미술관 밖 |
| 〈덴시티, GITD〉 2025 | 자기장으로 공중에 떠 있는 돌 · 백자 사이에 놓였다 | 고미술 상설전시실 |
출처: 헤럴드경제·머니투데이 2026년 8월 31일 언론 공개 취재 및 리움미술관 제공 자료. 전체 35점 중 보도로 확인된 작품만 정리했다. 〈R〉의 벽면 드로잉 3점은 작가의 선택에 따라 매달 교체되므로 방문 시점에 따라 다른 그림이 걸린다.
〈마그넷 시티즈〉 앞에서는 잠깐 서 있어 볼 만하다. 수천 개의 작은 자석이 접착제 없이 서로를 끌어당겨 벽면과 기둥의 형상으로 서 있다. 받쳐 주는 구조물도 없다. 눈에 보이는 건 자석 덩어리인데, 그 형태를 실제로 붙들고 있는 건 무엇일까. 보이지 않는 힘이다.
〈기인상봉〉은 배치 자체가 장치다. 원래 한 화면에 있던 두 캐릭터를 두 점으로 쪼갠 뒤, 오른쪽을 보는 캐릭터를 왼편에 걸고 왼쪽을 보는 캐릭터를 오른편에 걸었다. 사이에는 다른 작품이 끼어 있다. 두 점을 다 보고 나서야 둘이 마주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 미술관 밖과 고미술 전시실까지 가나?
익숙하거나 사소해서 눈길을 못 받던 것을 드러내려는 의도다. 그래서 작품이 M2 전시실을 넘어 로비, 미술관 바깥 벽, 고미술 상설전시실까지 나가 있다. 수백 년 된 백자가 놓인 자리에 자기장으로 떠 있는 돌 〈덴시티, GITD〉(2025)와 광물 조각 〈디어리스트 모모〉(2025) 등 세 점이 예고 없이 끼어든다.출처: 머니투데이 2026.8.31 · 헤럴드경제 2026.9.1 — 리움미술관 김성원 부관장 설명 및 전시 구성
그래서 관람 방식이 평소와 달라진다. 번호를 따라 순서대로 도는 전시가 아니다. 흩어진 단서를 발견해 나가는 쪽에 가까운 구조다.
당신이 고미술 상설전시실에 들어갔다가 백자 사이에서 떠 있는 돌을 발견한다면, 그 순간 두 개의 시간이 한 자리에 겹친다. 리움은 이걸 “과거와 현재가 한 장소에서 겹치는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바깥 옹벽의 크리스털은 이 태도를 가장 끝까지 밀어붙인 작품이다. 볼 수도 있고 끝내 못 볼 수도 있다. 작가는 그 확률 자체를 작품에 포함시켰다.
작가는 왜 이렇게 약한 재료를 쓰나?
약해 보이는 것과 약한 것이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연필심 57개를 접착제 없이 세운 〈무제〉(1998)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물질적으로 연약하지만 강력한 산업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그저 나약하게만 봐서는 안 된다.” 재료를 고른 기준도 밝혔다. “예술 재료로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공산품을 사용하고 싶어 선택한 재료들”이라는 것이었다.출처: 헤럴드경제 2026.9.1 — 2026년 8월 31일 리움미술관 기자간담회 발언
그러면 그가 고른 재료들은 어떤 것이었을까. 초기작에는 나프탈렌과 각설탕이 등장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거나 녹아 없어지는 것들이다. 그 계보에 연필심과 자석이 놓인다.
드로잉 〈R〉도 비슷한 태도로 걸렸다. 2005년부터 쌓아 온 1001점이 이번에 처음 한자리에 모였는데, 정작 전체를 한 번에 볼 방법은 없다. 상자 77개가 세 공간에 나뉘어 놓이고 벽에 걸리는 것은 매달 세 점뿐이다.
그러니 두 번 가면 다른 전시가 된다. 12월까지 넉 달 가까이 이어지니 계절이 바뀐 뒤 다시 가 보는 방법도 있겠다.
언제 어디서 볼 수 있고 얼마인가?
2026년 9월 5일부터 12월 27일까지 리움미술관 M2가 중심이다. 관람료는 18,000원이고 이 표로 M1 고미술 상설전까지 함께 본다. 관람 시간은 화–일 10:00–18:00, 매표 마감 17:30, 월요일 휴관이다. 예약은 관람일 14일 전부터 1인 4매까지 열리고, 예약을 못 했으면 로비 안내데스크에서 현장 발권할 수 있다.출처: 리움미술관 공식 방문안내 및 온라인 예약·예매 화면(leeumhoam.org · ticket.leeum.org, 2026.9.2 확인)
M3에서 열리는 《다른 공간 안으로》까지 같은 날 볼 생각이라면 모든 전시 통합권 25,000원이 있다. 단권을 두 장 사면 36,000원이니 11,000원이 남는다. 다만 그 전시는 11월 29일에 끝난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라 50% 할인이 붙는다. 전시 기간 안에 걸리는 날은 9월 30일과 10월 28일, 11월 25일이다. 중복 할인은 되지 않는다.
헛걸음하기 쉬운 날도 있다. 9월의 휴관 월요일은 7·14·21·28일이고, 추석 당일인 9월 25일 금요일도 문을 닫는다. 연휴 중 9월 24일 목요일과 26일 토요일은 정상 개관한다.
프리즈 위크에 붙여 가도 되나?
겹치는 날은 하루뿐이다. 프리즈 서울은 9월 5일 토요일에 끝나고 키아프 서울은 9월 6일 일요일까지인데, 구정아전은 9월 5일에 문을 연다. 리움은 18시에 닫고 페어는 저녁까지 열려 있으니 리움을 먼저 보고 코엑스로 넘어가는 순서가 자연스럽다. 코엑스에서 한강진역까지 지하철로 30분쯤 걸린다.출처: 리움미술관 전시 상세 개막일 · 키아프·프리즈 서울 2026 공식 일정(9.2–9.6, 코엑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이 전시는 12월 27일까지 이어지고, 앞서 적었듯 매달 걸리는 드로잉이 바뀐다. 페어 인파를 피해 평일 오전에 가는 편이 이 전시와는 더 맞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힘이나 놓치기 쉬운 것을 다루는 작업은 사람이 적을 때 훨씬 잘 보인다. 자석이 서로를 붙들고 있는 벽 앞에 아무도 없을 때, 그 앞에 5분쯤 서 있는 일이 이 전시에서는 관람 방법에 가깝지 않을까.
명동 슈갤러리도 같은 기간 문을 연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1:00–19:00이고 입장료와 예약이 없다. 한남에서 명동까지는 지하철로 20분이 채 걸리지 않아, 큰 전시를 보고 내려와 작은 개인전을 하나 더 붙이기에 알맞다.
프리즈 주간 전체 일정은 키아프·프리즈 서울 2026 완전정리에 있다. 같은 기간 미술관은 프리즈 위크에 꼭 볼 서울 미술관 전시, 표 없이 도는 코스는 네이버후드 나잇 시간표와 프리즈 보고 명동까지에서 다룬다. 국립현대미술관 서도호전 요금은 서도호 전시, 8,000원 안 내고 보는 날, 서울 갤러리 요일별 개관표는 서울 갤러리 추천에 있다. 현재 전시와 오시는 길도 함께 보자.
자주 묻는 질문
- 구정아 《우스모스》는 어떤 전시인가요?
- 구정아의 국내 최대 규모 개인전으로, 2026년 9월 5일부터 12월 27일까지 리움미술관에서 열립니다. 1990년대 초기작부터 리움미술관을 위해 제작한 신작까지 총 35점을 선보입니다. 작품은 M2 전시실뿐 아니라 로비와 미술관 바깥 옹벽, 고미술 상설전시실까지 흩어져 있어 미술관 전역이 전시장이 됩니다.
- ‘우스모스’는 무슨 뜻인가요?
- 작가가 1990년대 중반에 만든 단어 ‘우스(OUSSS)’와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COSMOS)’를 합친 말입니다. ‘우스’는 소리이면서 접두사이자 접미사로, 하나의 뜻으로 고정되지 않고 다른 의미와 계속 결합해 왔습니다. 우스모스는 서로 다른 사물과 힘, 기억과 시간이 만나고 흩어지며 관계를 만들어 가는 구정아의 작품 세계를 가리킵니다.
- 어떤 작품을 눈여겨보면 좋을까요?
- 폭 8미터 스테인리스 스틸 신작 〈모비우스〉는 옆에서 보면 터널 같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무한대 기호가 됩니다. 〈마그넷 시티즈〉는 수천 개의 자석이 접착제 없이 자력만으로 벽과 기둥의 형상을 이룬 연작이고, 〈무제〉는 큐브 안에 접착제 없이 세운 연필심 57개입니다. 미술관 바깥 옹벽에는 크리스털 50개가 숨어 있는데, 서 있는 자리와 날씨, 해의 각도가 맞아야 보입니다.
- 관람료와 관람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 단권 18,000원이며 이 표로 M1 고미술 상설전까지 함께 볼 수 있습니다.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매표는 오후 5시 30분에 마감합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2026년 추석 당일인 9월 25일에도 문을 닫습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50% 할인이 적용됩니다.
- 예약 없이 갈 수 있나요?
- 가능합니다. 리움 예매 안내는 미예약자도 로비 안내데스크에서 티켓을 발권한 뒤 관람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온라인 개인 예매는 관람일 14일 전부터 1인 4매까지 가능하며, 10명 이상 단체는 반드시 사전 온라인 예약을 해야 합니다. 2026년 9월 6일 오후 7시부터 9월 8일 오전 9시까지는 서버 이전 작업으로 온라인 예매가 중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