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슈란?
Gouache.그리고 색을 보는 새로운 단서.
과슈(gouache)는 물로 희석해 쓰며, 불투명하고 무광택인 색면을 만드는 데 적합한 수채 물감이다. 일반적인 투명 수채화보다 바탕색을 덮는 힘이 강하다. 전통적인 과슈는 마른 뒤에도 물에 다시 풀리지만, 아크릴 과슈는 건조 후 물에 다시 풀리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Winsor & Newton의 재료 설명, Liquitex의 과슈 비교

흰 바탕을 따라 푸른 몸들이 헤엄친다. 앙리 마티스의 1952년 작품 〈수영장〉에는 수영하는 사람과 다이빙하는 형상이 이어진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소장품 기록을 보면, 이 푸른 형태는 과슈를 칠한 종이를 오리고 붙여 만든 것이다. 색을 칠하는 일과 몸의 윤곽을 만드는 일이 서로 다른 단계에서 이루어졌다. MoMA, 〈수영장〉 소장품 기록
과슈는 다른 물감과 함께 쓰이기도 한다. 휘슬러의 〈노란 방〉은 수채와 과슈를 함께 사용한 사례다. 한 작품을 반드시 하나의 재료로만 분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슈는 어떤 물감인가?
과슈의 특징은 색을 비교적 고르게, 불투명하게 펼칠 수 있다는 데 있다. Winsor & Newton은 수채 물감과 비교해 안료 함량이 높다는 점을 그 이유로 설명한다. 여기서 안료는 물감의 색을 내는 입자다. Winsor & Newton
‘수채화 물감에 흰색을 섞은 것’이라고만 이해하면 놓치는 부분이 있다. 과슈의 배합은 제품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홀베인은 자사의 Artists’ Gouache에 불투명도를 높이기 위한 백색화제를 첨가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모든 과슈의 불투명성을 흰색 첨가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Holbein의 과슈 안내
불투명하다는 말도 언제나 밑그림을 완전히 가린다는 뜻은 아니다. 물을 얼마나 섞는지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 로열 탈렌스는 자사의 과슈에 물을 더하면 보다 투명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안내한다. 같은 물감으로도 농밀한 색면과 옅은 층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Royal Talens의 제품 설명
수채화와 과슈는
무엇이 다를까?
투명 수채화는 종이와 아래 색이 비치는 성질을 활용한다. 과슈는 상대적으로 바탕을 덮고 색의 면을 분명하게 만드는 데 적합하다. 한 화면에 두 재료를 함께 써서 투명한 부분과 불투명한 부분을 나란히 둘 수도 있다. Winsor & Newton 역시 이 두 성질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수채화와 과슈의 차이

그림을 읽는 단서
감상할 때는 먼저 색의 가장자리를 따라가 보자. 경계가 옅게 사라지는 곳과 또렷하게 끊기는 곳을 나누어 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색 안쪽을 살핀다. 종이 바탕이 비치는지, 한 색이 면을 채우는지, 붓이 지나간 흔적이 남았는지에 따라 화면의 리듬이 달라진다.
다만 이런 관찰은 재료를 이해하는 단서다. 번짐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수채화라고, 색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만으로 과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재료는 작품 캡션이나 소장처의 기록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 작품에서는 종이 바탕과 채색된 부분을 번갈아 살펴보자. 어디에서 바탕이 드러나고, 어디에서 색이 겹쳐지는지 찾아보면 수채화의 표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크릴 과슈는
마른 뒤가 다르다
전통적인 과슈와 아크릴 과슈는 모두 무광택의 색면을 표현할 수 있지만, 물감을 붙잡아 두는 결합재가 다르다. 전통적인 과슈에는 아라비아고무 같은 수용성 결합재가 쓰이고, 아크릴 과슈에는 아크릴계 결합재가 쓰인다.
이 차이는 건조 후에 드러난다. 전통적인 과슈는 물을 만나면 다시 풀릴 수 있다. 아크릴 과슈는 마르면 물로 다시 풀어 쓰기 어렵다. Liquitex는 이 점을 두 재료의 중요한 차이로 설명한다. Liquitex, Acrylic Gouache Reimagined
따라서 전통적인 과슈 위에 젖은 붓을 여러 번 대면 아래 색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색을 다듬을 수도 있지만, 덧칠하면서 밑색이 섞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아크릴 과슈는 충분히 마른 아래층이 물에 다시 풀리지 않아 층을 분리해 쌓는 작업에 유리하다. 이름의 ‘아크릴’은 이런 작업 방식의 차이를 알려준다.
| 비교 항목 | 투명 수채 물감 | 전통적인 과슈 | 아크릴 과슈 |
|---|---|---|---|
| 대표적인 표현 | 바탕이 비치는 투명한 색층 | 바탕을 덮는 불투명한 색면 | 불투명하고 무광택인 색면 |
| 물을 이용한 희석 | 가능 | 가능 | 마르기 전에 가능 |
| 건조 후 물 반응 | 다시 젖혀 색을 움직일 수 있으나 안료·종이에 따라 차이 | 다시 풀릴 수 있음 | 마르면 물에 다시 풀리지 않음 |
| 표현할 때 살필 점 | 바탕과 색층이 비치는 정도 | 덧칠할 때 아래 색이 움직이는 정도 | 건조 전후의 작업 시간과 층 쌓기 |
표는 대표적인 특성을 비교한 것이다. 실제 투명도와 표면은 색상·제품·사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Liquitex의 비교 설명, Holbein의 재료 안내, Winsor & Newton의 수채화 색 걷어내기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