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E GALLERY
14 SEPTEMBER 2026
미술의 재료를 읽는 시간

과슈란? 수채화·아크릴 과슈와의 차이

Gouache.
수채화·아크릴 과슈와의 차이,
그리고 색을 보는 새로운 단서.

과슈(gouache)는 물로 희석해 쓰며, 불투명하고 무광택인 색면을 만드는 데 적합한 수채 물감이다. 일반적인 투명 수채화보다 바탕색을 덮는 힘이 강하다. 전통적인 과슈는 마른 뒤에도 물에 다시 풀리지만, 아크릴 과슈는 건조 후 물에 다시 풀리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Winsor & Newton의 재료 설명, Liquitex의 과슈 비교

ART & MATERIAL슈갤러리 아트가이드
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노란 방, 수채와 과슈를 함께 사용한 작품
제임스 맥닐 휘슬러, 〈노란 방〉(The Yellow Room), 약 1883–1884년. 판지에 수채와 과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2017.664. 이미지: The Met, Public Domain / CC0. 작품 정보
작품 설명에서 ‘종이에 과슈’라는 말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을까. 물감의 이름을 알면 색이 놓인 방식도 조금씩 읽히기 시작한다.

흰 바탕을 따라 푸른 몸들이 헤엄친다. 앙리 마티스의 1952년 작품 〈수영장〉에는 수영하는 사람과 다이빙하는 형상이 이어진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소장품 기록을 보면, 이 푸른 형태는 과슈를 칠한 종이를 오리고 붙여 만든 것이다. 색을 칠하는 일과 몸의 윤곽을 만드는 일이 서로 다른 단계에서 이루어졌다. MoMA, 〈수영장〉 소장품 기록

과슈는 다른 물감과 함께 쓰이기도 한다. 휘슬러의 〈노란 방〉은 수채와 과슈를 함께 사용한 사례다. 한 작품을 반드시 하나의 재료로만 분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슈는 어떤 물감인가?

과슈의 특징은 색을 비교적 고르게, 불투명하게 펼칠 수 있다는 데 있다. Winsor & Newton은 수채 물감과 비교해 안료 함량이 높다는 점을 그 이유로 설명한다. 여기서 안료는 물감의 색을 내는 입자다. Winsor & Newton

‘수채화 물감에 흰색을 섞은 것’이라고만 이해하면 놓치는 부분이 있다. 과슈의 배합은 제품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홀베인은 자사의 Artists’ Gouache에 불투명도를 높이기 위한 백색화제를 첨가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모든 과슈의 불투명성을 흰색 첨가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Holbein의 과슈 안내

불투명하다는 말도 언제나 밑그림을 완전히 가린다는 뜻은 아니다. 물을 얼마나 섞는지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 로열 탈렌스는 자사의 과슈에 물을 더하면 보다 투명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안내한다. 같은 물감으로도 농밀한 색면과 옅은 층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Royal Talens의 제품 설명

수채화와 과슈는
무엇이 다를까?

투명 수채화는 종이와 아래 색이 비치는 성질을 활용한다. 과슈는 상대적으로 바탕을 덮고 색의 면을 분명하게 만드는 데 적합하다. 한 화면에 두 재료를 함께 써서 투명한 부분과 불투명한 부분을 나란히 둘 수도 있다. Winsor & Newton 역시 이 두 성질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수채화와 과슈의 차이

차이를 이해할 때는 바탕을 얼마나 드러내는가를 먼저 보면 좋다.
앙리 에드몽 크로스의 흰 집이 있는 지중해 풍경, 종이에 수채
앙리 에드몽 크로스, 〈흰 집이 있는 지중해 풍경〉(Mediterranean Landscape with a White House), 1900–1905년. 두꺼운 직조지의 흑연 밑그림 위에 수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Robert Lehman Collection, 1975, 1975.1.591. 이미지: The Met, Public Domain / CC0. 작품 정보
02바탕 · 색층 · 경계
그림을 읽는 단서

감상할 때는 먼저 색의 가장자리를 따라가 보자. 경계가 옅게 사라지는 곳과 또렷하게 끊기는 곳을 나누어 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색 안쪽을 살핀다. 종이 바탕이 비치는지, 한 색이 면을 채우는지, 붓이 지나간 흔적이 남았는지에 따라 화면의 리듬이 달라진다.

다만 이런 관찰은 재료를 이해하는 단서다. 번짐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수채화라고, 색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만으로 과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재료는 작품 캡션이나 소장처의 기록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 작품에서는 종이 바탕과 채색된 부분을 번갈아 살펴보자. 어디에서 바탕이 드러나고, 어디에서 색이 겹쳐지는지 찾아보면 수채화의 표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크릴 과슈는
마른 뒤가 다르다

전통적인 과슈와 아크릴 과슈는 모두 무광택의 색면을 표현할 수 있지만, 물감을 붙잡아 두는 결합재가 다르다. 전통적인 과슈에는 아라비아고무 같은 수용성 결합재가 쓰이고, 아크릴 과슈에는 아크릴계 결합재가 쓰인다.

이 차이는 건조 후에 드러난다. 전통적인 과슈는 물을 만나면 다시 풀릴 수 있다. 아크릴 과슈는 마르면 물로 다시 풀어 쓰기 어렵다. Liquitex는 이 점을 두 재료의 중요한 차이로 설명한다. Liquitex, Acrylic Gouache Reimagined

따라서 전통적인 과슈 위에 젖은 붓을 여러 번 대면 아래 색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색을 다듬을 수도 있지만, 덧칠하면서 밑색이 섞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아크릴 과슈는 충분히 마른 아래층이 물에 다시 풀리지 않아 층을 분리해 쌓는 작업에 유리하다. 이름의 ‘아크릴’은 이런 작업 방식의 차이를 알려준다.

재료의 대표적인 특성 비교
비교 항목투명 수채 물감전통적인 과슈아크릴 과슈
대표적인 표현바탕이 비치는 투명한 색층바탕을 덮는 불투명한 색면불투명하고 무광택인 색면
물을 이용한 희석가능가능마르기 전에 가능
건조 후 물 반응다시 젖혀 색을 움직일 수 있으나 안료·종이에 따라 차이다시 풀릴 수 있음마르면 물에 다시 풀리지 않음
표현할 때 살필 점바탕과 색층이 비치는 정도덧칠할 때 아래 색이 움직이는 정도건조 전후의 작업 시간과 층 쌓기

표는 대표적인 특성을 비교한 것이다. 실제 투명도와 표면은 색상·제품·사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Liquitex의 비교 설명, Holbein의 재료 안내, Winsor & Newton의 수채화 색 걷어내기 안내

마티스는 과슈를 어떻게 썼을까?

붓은 종이에 색을 놓고,
가위는 그 색에
윤곽을 준다.
본문에서 · 제작 과정을 읽는 관점
01종이에 채색02가위로 오리기03배치와 조정

마티스 〈수영장〉의 작품 이미지 보기 — MoMA 공식 소장품 페이지

마티스의 종이 오리기 작업을 보면 과슈의 쓰임이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MoMA의 제작 과정 설명에 따르면, 조수들이 종이에 과슈를 칠하면 마티스는 그 종이를 가위로 오려 형태를 만들었다. 오린 조각들은 핀으로 고정하고 위치를 조정하며 구성했다. 칠해진 종이에는 색이 조밀하게 덮인 부분도, 붓질이 드러나는 부분도 있었다. MoMA, 마티스의 컷아웃 제작 과정

이 과정을 알고 〈수영장〉을 다시 읽으면 두 가지 행위를 구분해 생각할 수 있다. 붓은 종이에 색을 놓고, 가위는 그 색에 윤곽을 준다. 푸른 형태의 안쪽과 바깥선을 따로 살펴보면 좋다. 안쪽에서는 칠한 표면을, 가장자리에서는 오려 낸 형태를 읽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보면 과슈라는 재료명이 작품을 만드는 순서까지 짚어 주는 단서가 된다. 같은 색이라도 붓으로 직접 그린 윤곽과 종이를 오려 만든 윤곽은 서로 다른 손의 움직임을 품고 있다.

‘종이에 과슈’라는
설명을 읽는 법

작품 캡션에서 ‘종이’는 바탕 재료를, ‘과슈’는 그 위에 사용한 채색 재료를 알려준다. 그러나 이 짧은 표현만으로 모든 제작 과정을 알 수는 없다.

MoMA는 〈수영장〉의 재료를 기록하면서 과슈로 채색한 종이를 ‘오리고 붙였다’는 과정도 함께 적는다. 이 추가 정보가 있어야 종이 조각을 구성한 작품이라는 점까지 이해할 수 있다. MoMA의 작품 재료 기록

다른 작품을 볼 때도 같은 순서로 읽어 보자. 먼저 무엇 위에 그렸는지 확인하고,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살핀다. 이어 ‘오려 붙임’, ‘연필’, ‘잉크’ 같은 설명이 함께 있는지 읽는다. 그 뒤 작품으로 눈을 돌려 겹친 자리와 선, 색의 경계를 찾아본다.

‘과슈’의 뜻을 안다는 것은 물감의 이름 하나를 외우는 일에서 시작한다. 감상은 그다음에 이어진다. 눈앞의 색이 종이를 얼마나 드러내는지, 가장자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천천히 살펴보면 된다. 짧았던 재료 설명이 그림을 보는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