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누구나 마음속에 말 못 할 소란을 안고 살아갑니다.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혹은 부끄러운 흉터 같아서 우울이나 불안 같은 차가운 감정들을 꽁꽁 숨겨두곤 하지 않나요? 아파도 말하기 위해선 참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니까요.
여기, 그 마음의 그늘을 숨기지 않고 가만히 들여다보며 다정하게 손을 내미는 작가가 있습니다. 작가 소란의 그림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꾹꾹 눌러 쓴 솔직한 일기장과 같습니다. 믿었던 이에게 받은 상처와 오랜 아픔의 시간 속에서, 작가는 도망치는 대신 펜을 들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만화처럼 종이 위에 칸을 나누고,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채워나갔죠.
인스타툰에서 마음 깊은 이야기를 만화 같은 그림체와 따뜻한 글로 풀어내는 작가 소란의 두 번째 개인전이 열립니다. 지난 첫 번째 전시가 내면의 외로움과 아픔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그 시린 터널 속에서 우리를 숨 쉬게 했던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소란 작가가 말하는 사랑은 마냥 달콤하고 예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가장 아프고 주저앉고 싶었던 순간, 역설적으로 나를 숨 쉬게 했던 다정한 손길들, 나를 살아가게 했던 그 복잡하고도 숭고한 마음들을 그림에 담았습니다. 그래서 늘 깊고 진했던 흑백의 그림 위에, 이번에는 아주 조심스럽고 따뜻한 '색깔'들이 번져갑니다. 아픔의 시간을 지나 조금씩 세상의 온기를 회복해 가는 작가의 발걸음이 그림에 그대로 스며든 것입니다.
〈사랑과 스민 숨〉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 순간만큼은 짊어지고 온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시장을 나설 때, 오늘 하루, 조금 더 안전하고 따뜻하게 숨 쉴 수 있기를 마음 깊이 소망합니다.
오랜 시간 고수해 온 흑백의 드로잉 위에 조심스럽게 따뜻한 색채를 채워 넣은 소란 작가의 새로운 작품들을 만나보세요. 아프면 아프다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당신의 지친 숨을 고르게 만들어 줄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