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 작가 소개

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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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
《사랑과 스민 숨》
Q안녕하세요 작가님! 이번에 두 번째 개인전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되셨는데, 먼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마음을 담아 작업하는 소란입니다. 처음에는 인스타툰이라는 만화라는 형식으로 제 안의 이야기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는데요. 지금은 감사하게도 캔버스 원화뿐만 아니라 도자, 책 출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저만의 조각들을 풀어내고 있어요.

Q‘소란’이라는 활동명이 참 인상 깊어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란스럽다’의 그 소란이 맞아요. (웃음) 필명을 짓기 전에 제가 처음으로 만들었던 만화책 제목이 <소란의 기억>이었거든요. 말 그대로 정말 소란스럽고 어지러웠던 제 과거의 기억들을 담은 책이었죠. 그 후에 활동명을 뭘로 할까 깊이 고민하다가, 문득 그 책 제목이었던 ‘소란’이 제 이름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내 안의 소란함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겠다는 약속 같기도 해서 그렇게 이름 붙이게 되었습니다.

Q정규 교육과정 대신 대안학교를 다니다가 중퇴하셨다고 들었어요.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온 셈인데, 그 과정이 작가님의 삶과 예술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대안교육을 하는 학교에 다녔어요. 남들 다 하는 교과서 공부 대신에,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농사도 짓고 인문학을 공부했죠. 일반 학교에서는 쉽게 경험하지 못할 활동들을 하면서, 감사하게도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성격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제천 대안학교 당시 직접 사연을 적어 농구장을 기증받았음 물론 늘 좋았던 건 아니에요. 힘들고 아픈 시간들도 참 많았거든요. 하지만 그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아, 나는 내 것을 직접 만들어내야만, 내 걸 해야만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나만의 정의였죠. 그리고 그 ‘내 것’이 그림이라는 확신이 완전히 들어섰을 때, 미련 없이 학교를 중퇴했어요. 내가 진짜 사랑하는 일을 찾는 것,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건 거기까지라고 생각했으니까요.

Q작품을 보면 만화 같은 느낌의 독특한 구조가 눈에 띕니다. 작업 방식과 영감의 원천이 궁금해요.

제가 만화를 정말 좋아해서, 만화에서 영감을 받아 그 장면들을 캔버스로 옮겨와요. 여러 개의 컷을 하나의 작품 안에 녹여내려고 노력하죠.

무엇보다 제 모든 작품은 제가 실제로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해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덕분에 많은 독자님들이 “내 이야기 같다”며 깊이 공감해 주시고 위로를 얻어 가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지금까지는 주로 흑백 작업을 해왔는데, 최근에는 기존 제 색깔을 잃지 않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색을 입히는 새로운 시도도 해보고 있습니다.

Q작품 뒤에 숨겨진 작가님의 삶의 궤적이 궁금합니다. 마음의 아픔을 표현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학창 시절에 정말 믿었던 친구에게 하루아침에 배신을 당했어요. 그 이후로 지속적인 차별과 따돌림이 이어졌죠. 그때 마음에 남은 깊은 상처 때문에 지금까지 8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아지지 않는 고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내 손으로 직접 이 아픔을 바라보고 정리하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 고통의 기록들이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작업을 계속하면서 오히려 저 자신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제 마음에 공감해 주시고 응원을 보내주시는 소중한 독자님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저에게 그림은, 특히 ‘소란’이라는 이름으로 그리는 작품들은 제 삶을 안전하고 따뜻하게 지켜주는 유일한 울타리입니다.

Q온라인에서 활동하다가, ‘전시장’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으로 나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그림’과 ‘글’이 합쳐진 완벽한 장르가 만화라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부터 종이를 접어 칸을 나누고 그리는 걸 좋아했죠. SNS를 통해 만화를 봐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났는데, 독자님들이 써주신 댓글 중에 참 잊지 못할 말들이 많았어요. 제 작품이 “살아갈 힘을 준다”, “단순한 위로를 넘어 이 아픈 감정을 어떻게 대하고 다뤄야 할지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다”고요.

그 따뜻한 문장들을 읽다 보니 독자님들을 실제로 너무 만나고 싶어졌어요. 우리가 얼굴을 마주하고 오래오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고민하다 떠올린 게 바로 ‘전시장’이었죠.그렇게 올해 1월, 망원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어요.

각자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들에 관한 전시였는데, 단 6일 동안 300명이 넘는 분들이 찾아주셨어요. 제가 그린 작품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직접 마주 앉아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는 일은… 정말 온라인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기쁨이었어요. 전시를 준비하며 밤새 괴로워했던 기억들이 눈 녹듯 단숨에 사라지는 마법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Q그동안 작가님의 아픔과 치유의 문장들을 담은 책들도 출간하셨다고요.

네, 2025년에는 제 첫 만화책이자 독립출판물인 <소란의 기억>을 세상에 냈어요. 텀블벅 펀딩을 통해 독자님들의 도움으로 직접 디자인과 편집을 해서 출간한, 제게는 자식 같은 책이에요.

그리고 올해, 제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정식 에세이 <끝내 나를 구하지 못한 날들>이 나왔습니다. 글과 그림이 반복되는 형태인데, 가장 힘들었던 고통의 시작점부터 시작해서, 그 아픔을 스스로 보듬을 수 있는 단단한 힘을 기르게 된 현재의 이야기까지 아주 솔직하게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Q드디어 다가오는 두 번째 개인전 이야기를 해볼까요? 전시 주제가 <사랑과 스민 숨>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신가요?

고맙게도 슈갤러리 관장님께서 제 작품과 SNS를 보시고 초대전을 제안해 주셨어요. 전시를 제안받고 나서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시작했어요.

지난 1월 첫 전시가 ‘우울, 불안, 외로움’ 같은 차가운 감정들을 다루었다면, 이번 전시는 제가 삶에서 발견한 ‘사랑’을 드러내고 나누는 전시가 될거예요. 고통과 좌절의 한복판에 서 있을 때, 역설적이게도 저를 숨 쉬게 했던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마냥 달콤하고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부정적인 것도 아니죠. 사랑은 결코 하나의 모양으로 정의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작품들을 준비하면서 저 역시 참 복잡하고 깊은 감정들을 느꼈습니다. 수많은 고민 끝에 완성된 작품들인 만큼, 관객분들이 전시장이라는 온전한 공간에서 작품과 깊이 마주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Q마지막으로, 작가 소란의 작품을 마주할 관객들에게,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며 저마다의 소란함을 겪고 있을 이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앞으로도 사람들이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마음속 깊은 감정들을 계속해서 그리고 싶어요. 우울이나 불안처럼 흔히 ‘부정적’이라고 치부되는 감정들을 굳이 감추거나 지워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그 아프고 흔들렸던 흔적들이야말로, 훗날 각자의 삶을 지탱해 주는 가장 단단하고 중요한 조각이 될 테니까요. 자신의 아픔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데에 더 이상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아프면 아프다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세상 말이죠. 그 작은 변화의 시작에 제 작품이 아주 조금이라도 다정한 힘이 될 수 있다면, 작가로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소란 초대전 <사랑과 스민 숨>

2026.5.30 ~6,11

오전10시 30분: 오후6:30분

슈갤러리: 서울 중구 남산동 2가 24-9

문의: 010-3016-5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