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포르멜(Art Informel)은 1940년대 중반부터 1950년대까지 유럽에서 널리 퍼진 추상회화의 흐름을 가리키는 말이다. 프랑스어 informel이 ‘형태가 없는’이라는 뜻이듯, 미리 정해 둔 형태나 구성 대신 그리는 순간의 즉흥적인 몸짓과 물감의 물질감 자체를 화면으로 삼았다. 자와 컴퍼스로 짠 기하학적 추상과는 정반대 편에 서 있고, 한국에서는 1957년 현대미술가협회를 구심점으로 번져 한국 현대미술의 출발점이 됐다.
- 뜻: 프랑스어 informel = 형태가 없는 · ‘아르 앵포르멜’, ‘앵포르멜 미술’로도 쓴다
- 시기·지역: 1940년대 중반~1950년대, 파리를 중심으로 한 유럽
- 이름을 붙인 사람: 프랑스 비평가 미셀 타피에(Michel Tapié)
- 특징: 즉흥성 · 제스처(붓질의 몸짓) · 물감의 질감 · 기하학적 추상에 대한 반발
- 비슷한 말: 타시즘(Tachism) · 다른 미술(Art autre) · 서정적 추상(Lyrical Abstraction)
- 한국: 1957년 현대미술가협회 결성 → 1958년 본격화 → 1970년대 모노크롬 회화로 이어짐
앵포르멜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앵포르멜은 1940~50년대 추상회화의 여러 갈래를 묶어 부르는 프랑스어 용어로, 즉흥적인 제작 방식과 강한 제스처적 기법을 공통점으로 한다. 기하학적 추상의 냉정한 이성주의와 대립하며, 형태가 작가의 표현적 충동에 종속되는 추상의 한 유형이다. 타시즘·물질회화(matter painting)·서정적 추상 같은 경향이 여기 포함된다.출처: 테이트 미술용어 사전 ‘Art informel’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앵포르멜’
쉽게 말해 “무엇을 그렸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칠해졌는가”가 작품의 내용이 되는 그림이다. 화면에는 알아볼 수 있는 사물도, 몬드리안식의 반듯한 사각형도 없다. 대신 빠르게 지나간 붓의 속도, 두껍게 앉은 물감 덩어리, 긁고 뿌리고 흘린 자국이 그대로 남는다. 그 흔적이 곧 작가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증거이자 작품의 주제다.
같은 흐름을 부르는 이름이 여럿인 것도 이 때문이다. 얼룩(tache)에 주목하면 타시즘, 기존 미술과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면 다른 미술(Art autre), 서정적인 색과 리듬에 주목하면 서정적 추상이 된다. 부르는 각도가 다를 뿐 같은 시기, 같은 태도를 가리킨다.
‘앵포르멜’이라는 말은 누가, 언제 만들었나?
프랑스 비평가 미셀 타피에가 1950년경 볼스(Wols)의 작업과 관련해 쓰기 시작했고, 1952년 자신의 저서 『다른 미술(Un Art Autre)』과 같은 이름의 파리 전시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타피에는 이 미술이 전통과의 완전한 단절로 보였기 때문에 ‘다른(autre)’ 것이라 불렀다.출처: 테이트 미술용어 사전 ‘Art informel’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앵포르멜’
타피에가 이 미학을 벼리는 데 결정적이었던 전시는 1945년 장 포트리에의 ‘인질’전, 1946년 장 뒤뷔페의 ‘오트 파트’전, 1947년 볼스의 개인전이었다. 이후 그는 1951~52년 폴 파세티 화랑에서 기획한 ‘앵포르멜의 의미’전과 1952년 ‘다른 미술’전을 통해 용어의 범위를 넓혀 갔다.
1952년 파리에서 열린 ‘다른 미술’전에는 카렐 아펠, 알베르토 부리, 빌럼 데 쿠닝, 장 뒤뷔페, 장 포트리에, 조르주 마티유, 장폴 리오펠, 볼스 등이 함께 묶였다. 앙리 미쇼, 한스 아르퉁, 피에르 술라주도 이 흐름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왜 하필 전쟁이 끝난 직후에 나왔나?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앵포르멜이 퍼진 이유는, 그것이 전통과 결별하고 전쟁을 불러온 정치적 권위주의의 분위기와 단절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정치적 탄압을 겪은 미술가들에게 앵포르멜은 해방의 상징이었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앵포르멜’
규칙과 형식을 지운다는 것은 단순한 미술 형식의 문제가 아니었다. 뒤뷔페의 낙서, 미쇼의 잉크 얼룩, 볼스의 뿌리고 긁는 기법은 모두 미술을 기원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서구 문명이 무너진 자리에서 무(無)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태도이고, 이는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실존주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형태를 버리면 그림에 무엇이 남을까. 기법적 원천 하나가 더 있다. 의식의 통제를 내려놓고 손이 가는 대로 그리는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법(automatism)이다. 앵포르멜은 이 방법을 추상회화 전면에 끌어올렸다.
앵포르멜 그림에서는 무엇을 보면 되나?
세 가지를 본다. ① 붓질의 속도와 방향 같은 몸의 흔적, ② 두껍게 쌓이거나 갈라진 물감의 질감과 촉각, ③ 미리 계획되지 않은 우연한 얼룩·흘림·긁힘이다. 기법에 따라 행위적·서체적 붓질을 강조하는 계열(미쇼·마티유)과 재료의 질감을 강조하는 계열(타피에스·드 스타엘)로 나눠 볼 수 있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앵포르멜’ · 테이트 미술용어 사전
앵포르멜 앞에서 “이게 무엇을 그린 거죠?”라고 묻는다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물어보면 그림이 열린다.
- 어느 쪽에서 시작해 어디서 끝났을까? — 붓의 궤적을 따라가 보는 감상법이다.
- 물감이 얼마나 두꺼운가? — 표면이 부조처럼 솟은 작품은 물질 자체가 주제다.
- 지운 자리와 남긴 자리는 어디인가? — 망설임과 결단이 화면에 시간 순서로 쌓여 있다.
- 얼마나 빨리 그렸을까? 앵포르멜에서 속도는 감정의 온도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런 감상법은 앵포르멜 이후의 회화, 특히 오늘날 신진 작가들의 추상 작업을 볼 때도 그대로 쓸 수 있다. 실제 전시장에서 연습해 보고 싶다면 명동 무료 전시 가이드가 출발점이 된다.
앵포르멜과 추상표현주의는 어떻게 다른가?
거의 같은 시기에 나란히 일어난 쌍둥이 같은 흐름이다. 앵포르멜은 주로 유럽(파리 중심), 추상표현주의는 미국(뉴욕 중심)을 가리킨다. 다만 앵포르멜이라는 용어는 미국 추상표현주의까지 아울러 쓰이기도 하다.출처: 테이트 미술용어 사전 ‘Art informel’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앵포르멜’
| 구분 | 앵포르멜 | 추상표현주의 |
|---|---|---|
| 주 무대 | 파리를 중심으로 한 유럽 | 뉴욕을 중심으로 한 미국 |
| 이름의 유래 | 비평가 미셀 타피에의 명명(1950년대 초) | 미국 비평계에서 통용된 명칭 |
| 자주 함께 쓰는 말 | 타시즘 · 다른 미술 · 서정적 추상 | 액션 페인팅 · 색면 회화 |
| 공통점 | 즉흥성, 큰 몸짓, 기하학적 추상에 대한 반발, 초현실주의 자동기술법의 영향 | |
둘을 굳이 갈라 외울 필요는 없다. “전후에 유럽과 미국에서 각자 형태를 버렸고, 유럽 쪽을 앵포르멜이라 부른다” 정도로 기억하면 전시장에서 헷갈릴 일이 없다.
한국에도 앵포르멜이 있었나?
있었다. 한국 앵포르멜의 구심점은 1957년 결성된 현대미술가협회였다. 김창렬·하인두·김서봉·문우식·장성순·김영환·김충선·박서보·전상수 등이 주도했고, 1961년 ‘60년미협’과의 연립전을 마지막으로 해체될 때까지 집단적 운동을 이끌며 한국 미술계에 획기적 전환을 가져왔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앵포르멜’
용어 자체는 1956년경부터 국내 지면에 등장했다. 비평가 김영주가 1956년 3월 『조선일보』 기고에서 현대미술의 조형 의식을 대변하는 한 유형으로 앵포르멜을 소개한 것이 이른 예다. 본격적인 이해가 자리 잡은 것은 1958년으로, 그해 3월 『신미술』 8호에 실린 「“앙 훌멜” 운동의 본질」이 한국 미술계에서 앵포르멜의 배경과 의미를 처음 다룬 문헌으로 평가된다. 두 달 뒤인 5월 현대미협 3회전에서 실제 앵포르멜 경향의 작품이 등장했다.
파리의 폐허와 서울의 폐허가 겹쳤다. 평론가 이일은 6·25가 한국의 정신적 풍토를 2차대전 후 유럽의 그것에 직결시켰다고 썼다. 20대에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안이한 유산을 버리고 세계의 흐름에 뛰어들어 스스로를 연소하려는 세대”였다는 것이다.
전후 한국에서 왜 이 그림이 나왔을까. 한국 앵포르멜은 1960년대 중반까지 ‘현대작가초대전’ 같은 무대를 통해 이어지다 서서히 식었고, 1970년대의 모노크롬 회화에 주도권을 넘겨준다. 오늘날 국제 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단색화의 바로 앞 세대가 앵포르멜이다. 이 계보의 20세기 작가들이 어떻게 다시 조명되는지는 프리즈 서울 2026 참가 갤러리 글의 스포트라이트 섹션에서 이어 볼 수 있다.
앵포르멜은 왜 끝났고, 무엇을 남겼나?
앵포르멜 미술은 1960년대 초에 이르러 신사실주의(누보 레알리슴)와 팝 아트 같은 새로운 흐름의 도전을 받아 약화됐다. 다만 한국 미술계에는 일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국제적 흐름에 동참하는 계기, 그리고 1960년대 이후 추상이 확산되는 발단을 남겼다고 평가된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앵포르멜’
양식으로서 앵포르멜은 짧았지만, 그것이 연 태도는 지금도 살아 있다. 재료를 재료 그대로 다루는 것, 완성된 형태보다 만드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것, 작가의 신체와 시간을 화면에 남기는 것 — 오늘날 젊은 작가들의 회화·설치에서 흔히 만나는 감각들이 여기서 갈라져 나왔다.
이런 그림, 지금 서울에서 어디서 볼 수 있나?
미술관에서는 한국 근현대 소장품전에서, 상업 갤러리에서는 동시대 추상 개인전에서 만날 수 있다. 명동의 슈갤러리는 신진 작가 전시를 상시 무료로 열고 있어, 재료와 몸짓을 전면에 내세운 요즘 작가들의 작업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출처: 슈갤러리
앵포르멜은 “잘 그린 그림”이라는 기준을 한 번 무너뜨린 사건이었다. 그 감각을 실물로 확인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결국 전시장이다. 슈갤러리(Sue Gallery)는 명동역 인근 남산동의 신진 작가 전문 갤러리로, 입장료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남산동2가 24-9 (명동역 인근)
운영시간: 월–일 11:00–19:00 · 연중무휴 · 입장료 무료
문의: Instagram @suegallery.23
앵포르멜은 형태를 버린 자리에 감정을 남겼다. 당신이 그 화면 앞에서 무엇을 느끼는지가 곧 작품의 내용이다.
현재·지난 전시는 전시 목록에서, 길 안내는 오시는 길에서 확인하면 된다. 서울 전시 전반은 서울 전시회 추천, 추상 작품을 소장하는 방법은 신진작가 그림 사는 법을 함께 보면 좋다.
자주 묻는 질문
- 앵포르멜이 무슨 뜻인가요?
- 프랑스어 informel에서 온 말로 ‘형태가 없는’이라는 뜻입니다. 미리 정한 형태나 구성 없이 즉흥적인 붓질과 물감의 질감 자체를 화면으로 삼은 1940~50년대 유럽의 추상회화를 가리킵니다.
- 앵포르멜과 추상표현주의는 같은 건가요?
- 거의 같은 시기에 나란히 일어난 흐름으로, 앵포르멜은 주로 파리 중심의 유럽을, 추상표현주의는 뉴욕 중심의 미국을 가리킵니다. 다만 앵포르멜이라는 용어가 미국 추상표현주의까지 아울러 쓰이기도 합니다.
- 앵포르멜 대표 작가는 누구인가요?
- 장 포트리에, 볼스, 한스 아르퉁이 실질적인 선구자로 꼽히며, 장 뒤뷔페·조르주 마티유·앙리 미쇼·피에르 술라주·알베르토 부리·안토니 타피에스·장폴 리오펠·카렐 아펠 등이 이 흐름에 속합니다.
- 한국 앵포르멜은 언제 시작됐나요?
- 용어는 1956년경부터 국내 지면에 등장했고, 구심점이 된 현대미술가협회가 1957년 결성됐습니다. 1958년 5월 현대미협 3회전에서 앵포르멜 경향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 타시즘, 아르 오트르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 다른 사조가 아니라 같은 흐름을 부르는 다른 이름입니다. 얼룩에 주목하면 타시즘, 기존 미술과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면 다른 미술(Art autre), 서정적인 색과 리듬에 주목하면 서정적 추상이라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