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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용어

단색화란?

한 가지 색으로 보이는 그림, 그런데 왜 다 달라 보일까. 뜻과 시작부터 작가별 기법 구분법까지 정리했습니다.

단색화 개념 요약 — 한자로 홑 단, 빛 색, 그림 화. 1970년대 한국 화단의 단색조 추상회화. 1975년 도쿄화랑 다섯 가지의 흰색 전시에서 시작.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의 단색화 전으로 용어 정착

2026.08.24 · 슈갤러리 에디터

단색화(單色畵, Dansaekhwa)는 1970년대 한국 화단을 이끈 단색조 추상회화의 흐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름 그대로 화면이 한 가지 색조로 덮여 있지만, 핵심은 색이 아니라 그 색을 만들기까지 반복한 행위에 있습니다. 연필로 긋고, 물감을 뜯어내 다시 메우고, 캔버스 뒤에서 물감을 밀어 넣는 서로 다른 방법이 각각 다른 작가의 서명이 됩니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다 비슷한 회색·흰색·갈색 그림이지만, 표면을 들여다보면 누구의 작품인지 곧바로 갈립니다.

한눈에 보기
  • : 단색조 회화. 영문 표기도 번역어가 아니라 한국어 발음 그대로 Dansaekhwa를 씁니다
  • 시기: 1970년대 한국 · 예전에는 ‘한국 모노크롬 회화’, ‘한국적 미니멀리즘’으로 불렸습니다
  • 출발점: 1975년 일본 도쿄화랑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의 흰색〈白〉》전
  • 용어 정착: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의 단색화》전
  • 대표 작가: 박서보 · 정상화 · 하종현 · 윤형근 · 권영우 · 이우환 · 정창섭 · 김기린 · 이동엽 등
  • 핵심: 결과로서의 색이 아니라 반복된 제작 과정 자체가 작품의 내용
  • 국제적 확산: 2015년 제56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병행전시 《Dansaekhwa》

단색화란 정확히 무엇인가?

단색화는 사실주의와 형식주의를 거부하고 모더니즘적 추상을 택한 한국의 미술 흐름으로, 오직 단색으로만 그리고 캔버스의 평면성을 강조하는 화풍을 가리킵니다. 반복적인 패턴과 몸짓을 사용해 누구의 것도 아닌 보편적인 미학을 만들려 한 시도로 설명됩니다.출처: 테이트 미술용어 사전 ‘Dansaekhwa: The Korean monochrome movement’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단색’이라는 말 때문에 색을 고르는 문제로 읽히지만, 단색화에서 색은 선택이라기보다 결과에 가깝습니다. 같은 동작을 수백 번 반복하다 보면 화면은 자연히 한 가지 색조로 수렴합니다. 흰색·회색·황갈색·청색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 색이 재료 본래의 색이거나, 반복을 방해하지 않는 색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색화를 볼 때 던져야 할 질문은 “왜 이 색인가?”가 아니라 “이 표면은 어떤 동작이 몇 번 쌓여 만들어졌는가?”입니다. 이 질문 하나만 바꿔도 처음 보는 사람도 그림 앞에서 할 말이 생깁니다.

‘단색화’와 ‘모노크롬’은 같은 말인가?

같은 대상을 가리키지만 강조점이 다릅니다. 1970년대 당시에는 ‘한국 모노크롬 회화’ 또는 ‘한국적 미니멀리즘’으로 불렸고,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전 제목을 《한국의 단색화》로 내걸면서 ‘단색화’가 공식 용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영문 표기도 monochrome painting으로 번역하지 않고 한국어 발음 그대로 Dansaekhwa를 병기합니다.출처: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의 단색화》(2012) 전시 자료 · 테이트 미술용어 사전

번역하지 않고 발음을 그대로 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서양의 모노크롬 회화는 대체로 색면을 균질하게 칠해 회화를 최소 단위로 환원하는 작업입니다. 반면 단색화의 화면은 균질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뜯긴 자국, 밀려 나온 물감 알갱이, 지나간 연필 자국이 빼곡합니다. ‘단색’은 도착점의 인상이고, 내용은 그 밑에 깔린 시간이라는 뜻입니다. monochrome이라는 단어로는 이 차이가 지워집니다.

시기 표기에 대한 참고. 테이트는 단색화를 “1950년대 한국에서 형성된 운동”으로 서술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국내 서술은 1970년대 화단의 흐름으로 규정합니다. 전후 추상의 뿌리를 어디까지 소급하느냐에 따라 시작점을 다르게 잡기 때문으로, 작품과 전시 활동이 집중된 시기는 1970년대입니다.

단색화는 언제, 어떻게 시작됐나?

단색화 논의를 촉발한 첫 해외 전시는 1975년 일본 도쿄화랑에서 열린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의 흰색〈白〉》(1975.5.6~5.24)입니다. 이 전시가 ‘백색’을 축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단색조 개념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됩니다.출처: 현대미술사학회 『현대미술사연구』 「1950-1970년대 도쿄화랑 전시 아카이브 연구」

1970년대 한국 미술계는 앞 세대의 격렬한 추상을 지나온 참이었습니다. 전쟁 직후 유럽에서 건너온 앵포르멜이 1950년대 후반 한국 화단을 뒤흔들었고, 그 뜨거운 몸짓이 식은 자리에서 정반대의 태도가 나옵니다. 감정을 터뜨리는 대신 덜어 내고, 한 번의 폭발 대신 수백 번의 반복을 택한 것입니다. 단색화를 앵포르멜의 다음 장으로 읽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도쿄에서 먼저 묶였다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단색화는 처음부터 선언문을 낸 조직적 운동이 아니라, 전시라는 형식을 통해 사후에 묶인 느슨한 그룹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참여 작가마다 철학도, 재료도, 방법도 다릅니다.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화면을 채우는 것이 이미지가 아니라 축적된 행위라는 점.

대표 작가는 누구이고, 화면에서 어떻게 구분하나?

테이트는 단색화와 관련된 작가로 하종현·허황·이동엽·이우환·박서보·윤형근을 듭니다. 각 작가는 서로 다른 고유의 제작 방식을 갖습니다. 박서보는 채색된 화면에 연필로 긋는 〈묘법〉, 정상화는 물감을 뜯어내고 다시 메우는 〈무제〉, 하종현은 마포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 넣는 배압법(背押法)의 〈접합〉, 윤형근은 생지 캔버스에 직접 물감을 발라 번지게 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테이트 미술용어 사전 ·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의 단색화》(2012) 대표작품 해설

단색화 전시장에서 가장 실용적인 감상법은 이름표를 보기 전에 표면부터 읽는 것입니다. 아래 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공개한 대표작품 해설을 기준으로, 작가별 방법과 화면에 남는 흔적을 정리한 것입니다.

작가대표 연작무엇을 하는가화면에 남는 단서
박서보묘법채색한 화면 위에 연필로 반복해 긋는다. 1980년대부터는 물감에 젖은 한지를 손·도구로 눌러 밀어낸다균질한 바탕을 가로지르는 무수한 선, 밀려난 한지가 뭉쳐 솟은 결
정상화무제바둑판처럼 나눈 네모꼴을 하나씩 뜯어내고 아크릴 물감으로 다시 메우기를 반복한다규칙적인 격자, 메운 자리마다 미세하게 어긋나는 사각형의 경계
하종현접합올이 굵고 성긴 마포 뒷면에 물감을 두껍게 발라 앞면으로 밀어 넣는 배압법올 사이로 알알이 맺혀 나온 물감 알갱이, 힘의 차이가 만든 우연한 얼룩
윤형근Burnt Umber & Ultramarine Blue가공하지 않은 생지 캔버스에 직접 물감을 발라 천에 스미게 한다청색과 황갈색 기둥의 가장자리가 번져 나간 자리, 남겨 둔 여백
이우환점으로부터 · 선으로부터점을 찍거나 선을 긋는 행위를 반복하며 물감이 옅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남긴다같은 간격으로 이어지다 점점 흐려지는 점·선의 리듬
김기린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같은 색을 반복해 두텁게 축적한다형상이 완전히 사라진 사각형, 색층이 쌓여 생긴 깊이
이동엽상황 · 사이흰 바탕 위에 넓은 평붓으로 다시 흰 선을 닦아 내듯 반복한다흰색 속의 흰색, 겹침과 스며듦으로만 드러나는 미세한 층
단색화 작가별 기법 도해 — 박서보는 채색 화면 위에 연필로 긋기, 정상화는 격자로 뜯어내고 메우기, 하종현은 마포 뒷면에서 물감을 앞으로 밀어내는 배압법, 윤형근은 생지 캔버스에 물감이 번지게 하기
기법 도해 · 슈갤러리 아트가이드 제작

표를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이 자국은 더한 것인가, 덜어 낸 것인가” 한 가지만 물어도 절반은 갈립니다. 박서보·이우환·김기린은 쌓고 긋는 쪽, 정상화는 뜯어내는 쪽, 하종현은 뒤에서 밀어내는 쪽입니다.

단색화와 서양 미니멀리즘은 무엇이 다른가?

단색화는 서구의 모노크롬 전통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작가와 자연의 합일이라는 미학적 이상과 도교·불교 사상에 뿌리를 둔 태도에서 갈라집니다. 동시에 일본의 구타이·모노하,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와도 형식적·개념적으로 중요한 접점을 갖는 것으로 설명됩니다.출처: 201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병행전시 《Dansaekhwa》 보도자료(보고시안 재단·국제갤러리·티나킴갤러리)

구분단색화서양 미니멀리즘·모노크롬
화면의 목표반복된 행위가 쌓인 흔적을 남긴다작가의 흔적을 지우고 물체·색면 자체를 제시한다
제작의 의미수행에 가까운 과정 자체가 작품구상과 설계가 우선, 제작은 실행에 가깝다
재료를 다루는 법한지·마포 등 재료의 성질을 그대로 드러낸다산업 재료와 균질한 마감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사상적 배경도교·불교적 태도, 자연과의 합일형식주의 비평과 환원주의 논리

두 흐름을 우열로 볼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미니멀리즘 앞에서는 “무엇이 놓여 있는가”를, 단색화 앞에서는 “무엇이 지나갔는가”를 묻는다고 기억하면 감상의 방향이 헷갈리지 않습니다.

단색화는 왜 2010년대에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나?

2015년 제56회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공식 병행전시로 《Dansaekhwa》가 팔라초 콘타리니-폴리냐크에서 열린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이용우가 기획하고 브뤼셀의 보고시안 재단이 국제갤러리·티나킴갤러리와 함께 주최했으며, 정창섭·정상화·하종현·김환기·권영우·이우환·박서보의 작품이 소개됐습니다. 한국 밖에서 열린 단색화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학술적 전시로 소개됐습니다.출처: 201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병행전시 《Dansaekhwa》 보도자료(티나킴갤러리 공개본)

국내에서는 그보다 앞선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의 단색화》전을 열어 1970년대 이후의 단색조 회화를 대규모로 묶어 냈습니다. 국내에서 이름을 정리하고(2012), 국제 무대에서 맥락을 설명한(2015) 두 전시가 이어지면서 단색화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됐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 아트페어에서도 단색화는 빠지지 않는 축이 됐습니다. 20세기 한국 추상이 국제 무대에서 어떻게 다시 조명되는지는 프리즈 서울 2026 참가 갤러리 글의 스포트라이트 섹션에서 이어 볼 수 있습니다.

단색화 앞에서 무엇을 보면 되나?

세 가지를 봅니다. ① 표면에 남은 반복의 단위 — 선 하나, 사각형 하나가 몇 번 되풀이됐는지. ② 더한 흔적인지 덜어 낸 흔적인지. ③ 재료 본래의 색과 질감이 어디까지 살아 있는지입니다. 단색화에서는 결과물 이전에 제작 과정 그 자체가 곧 작품으로 설명됩니다.출처: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의 단색화》(2012) 대표작품 해설

실전에서는 이렇게 하면 됩니다.

  • 옆에서 비스듬히 본다. 정면에서는 평평해 보이던 화면이 각도를 바꾸면 요철을 드러냅니다. 하종현의 물감 알갱이나 박서보의 밀린 결은 이때 보입니다.
  • 가장자리를 본다. 캔버스 옆면과 화면 끝은 작가가 어디서 멈췄는지 알려 줍니다. 윤형근의 번짐은 가장자리에서 가장 잘 읽힙니다.
  • 한 칸만 본다. 전체를 보려 하면 그냥 회색 사각형입니다. 손바닥만 한 영역 하나를 정해 그 안의 반복을 세어 보세요.
  • 얼마나 걸렸을지 상상한다. 단색화에서 시간은 사실상 재료입니다.

이 감상법은 단색화에만 쓰이지 않습니다. 재료와 반복을 전면에 내세우는 오늘날 신진 작가들의 추상 작업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실제 전시장에서 연습해 보고 싶다면 명동 무료 전시 가이드가 출발점이 됩니다.

단색화 계열 작품은 지금 어디서 볼 수 있나?

미술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리움 등의 한국 근현대 소장품전에서, 상업 갤러리에서는 동시대 추상 개인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명동의 슈갤러리는 신진 작가 전시를 상시 무료로 열고 있어, 재료의 물성과 반복을 전면에 내세운 요즘 작가들의 작업을 부담 없이 볼 수 있습니다.출처: 슈갤러리

단색화의 원작은 대형 미술관과 경매 시장에 몰려 있지만, 그 감각을 이어받은 작업은 지금도 작은 갤러리에서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슈갤러리(Sue Gallery)는 명동역 인근 남산동의 신진 작가 전문 갤러리로, 입장료 없이 관람할 수 있습니다.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남산동2가 24-9 (명동역 인근)
운영시간: 월–일 11:00–19:00 · 연중무휴 · 입장료 무료
문의: Instagram @suegallery.23

현재·지난 전시는 전시 목록에서, 길 안내는 오시는 길에서 확인하세요. 서울 전시 전반은 서울 전시회 추천, 추상 작품을 소장하는 방법은 신진작가 그림 사는 법을 함께 보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단색화가 무슨 뜻인가요?
단색조 회화라는 뜻으로, 1970년대 한국 화단을 이끈 단색조 추상회화의 흐름을 가리킵니다. 화면이 한 가지 색조로 덮여 있지만 핵심은 색이 아니라 그 색을 만들기까지 반복한 제작 행위에 있습니다. 영문으로도 번역하지 않고 Dansaekhwa로 표기합니다.
단색화와 모노크롬 회화는 같은 건가요?
같은 대상을 가리키지만 강조점이 다릅니다. 1970년대에는 ‘한국 모노크롬 회화’, ‘한국적 미니멀리즘’으로 불렸고,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의 단색화》전을 계기로 ‘단색화’가 공식 용어로 정착했습니다. 서양 모노크롬이 균질한 색면을 지향하는 데 비해 단색화의 표면에는 반복된 행위의 흔적이 남습니다.
단색화 대표 작가는 누구인가요?
테이트는 하종현·허황·이동엽·이우환·박서보·윤형근을 단색화 관련 작가로 듭니다. 201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병행전시에는 정창섭·정상화·하종현·김환기·권영우·이우환·박서보가 참여했습니다.
단색화는 언제 시작됐나요?
1975년 일본 도쿄화랑에서 열린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의 흰색〈白〉》전(1975.5.6~5.24)이 단색화 논의를 촉발한 첫 해외 전시로 평가됩니다. 다만 테이트는 형성 시기를 1950년대로 서술하는 등 시작점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서술이 갈립니다.
전시장에서 단색화 작가를 구분하는 방법이 있나요?
표면의 흔적을 보면 됩니다. 물감 알갱이가 올 사이로 맺혀 있으면 하종현의 배압법, 격자 사각형의 경계가 미세하게 어긋나 있으면 정상화의 뜯어내기·메우기, 균질한 바탕에 무수한 연필 선이 지나가면 박서보의 묘법, 색 기둥의 가장자리가 천에 번져 있으면 윤형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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