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토(ANTO)는 자신의 몸을 언어로 삼는 신진 작가입니다. 개인전 《금지된 언어》는 2024년 5월 17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명동 슈갤러리에서 초대전으로 열렸습니다. 어항에 갇힌 물고기, 매화로 상징된 육체, 중력을 거스르듯 떠도는 오브제 — 오랫동안 말로 옮길 수 없었던 경험을 캔버스 위의 붓질로 바꿔 놓은 전시였습니다. 이 글은 작가 인터뷰와 전시 평론을 바탕으로 그 언어를 읽어 봅니다.
앙토는 어떤 작가인가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건축 현장의 페인트공을 비롯한 여러 일을 거쳐 작가가 된 신진 작가입니다. 회화와 오브제, 퍼포먼스를 오가며 육체와 정체성을 주제로 작업합니다.출처: 슈갤러리 작가 인터뷰(앙토 · 2024)
앙토는 디자인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도장 자격증을 땄고, 대학 시절부터 건축 현장에서 페인트공으로 일했습니다. 일찍 독립해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야 했던 그는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다”고 말합니다. 시각디자인학과를 나왔지만 정작 디자인보다 페인트 일을 더 오래 했다는 이야기는, 작가로 산다는 일의 현실적인 무게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앙토’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요?
길가 광고판에서 본 ‘옥토끼’에서 ‘옥토’를 떠올렸는데 이미 다른 작가가 쓰고 있어, 그 이름을 “앙 물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앙토’로 바꿔 쓰기 시작했습니다.출처: 슈갤러리 작가 인터뷰(앙토 · 2024)
거창한 유래는 없습니다. 다만 이 작명 방식 — 남이 먼저 차지한 자리를 한 입 베어 물어 자기 것으로 만드는 태도 — 은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감각과 닮아 있습니다. 주어진 언어가 자신을 담아 주지 못할 때, 앙토는 그 언어를 물어뜯어 새로 만듭니다.
《금지된 언어》는 어떤 전시인가요?
오랜 성폭력 피해 경험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회화·오브제로 풀어낸 앙토의 개인전입니다. ‘말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미술의 언어로 옮긴 전시로, 2024년 5월 17일부터 26일까지 슈갤러리에서 열렸습니다.출처: 슈갤러리 전시 페이지 《금지된 언어》 · 작가 인터뷰(2024)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가까운 지인들에게 여러 차례 피해를 입었고, 성인이 된 뒤에도 그 기억이 일상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합니다. 어렵게 꺼낸 이야기가 친구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경험은 침묵을 더 깊게 만들었습니다.
전환점은 한 외국인 아티스트 커뮤니티였습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가 배척되지 않고 들려졌고, 가해자의 사과나 사회적 심판 없이도 마음속 분노와 공포가 풀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워 버리고 싶었던 흔적과 고통을, 제가 제일 잘할 수 있고 갈망해 왔던 예술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낼 용기를 얻었어요.”
전시 평론(추상화 작가 김다현)은 이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작가에게 ‘올바른 언어’란 캔버스 위의 붓질과 선명한 색으로 만들어진 오브제였고, 그렇게 태어난 작품들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뛰어넘은 자신의 메아리”였다고요.

작품에 반복되는 물고기는 무슨 의미인가요?
작가 자신입니다. 어항을 깨고 나갈 수 없는 상태, 혹은 세상 밖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하던 자신을 물고기에 빗댔습니다. 동시에 여성 성기의 형태를 띠어, 오랫동안 그 형태에 갇혀 있던 정체성을 가리킵니다.출처: 슈갤러리 작가 인터뷰(앙토 · 2024)
그래서 앙토의 화면에서 물고기는 장식이 아니라 자화상에 가깝습니다. 웅크린 육체, 어항, 호접난, 그리고 그 사이를 떠도는 형상들이 붉고 푸른 보색 대비 속에서 하나의 춤 선을 이룹니다. 평론은 이 형상들이 “결코 안정적인 구도로 새겨지지 않고, 중력을 거슬러 우주를 유영하듯 부유한다”고 표현합니다.
대표작 〈우주의 입구〉는 어떤 작품인가요?
2023년작으로, 여성의 육체를 투시성과 분절성으로 나누어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검은 바탕 위 마젠타로 채색된 몸, 중앙에 매화로 상징된 음부, 아래로 힘없이 뻗은 잘린 손이 화면을 구성합니다.출처: 슈갤러리 전시 평론(김다현) · 《금지된 언어》
평론가는 이 작품을 “과거와 자존감과 순수한 정서를 대표적으로 표현한 상징”이라 부릅니다. 분절되어 있지만 속 깊이 투영된 육체 오브제가 “굴곡진 생의 한가운데를 점찍는다”는 것입니다. 관람자는 앙토라는 우주에 들어서기 전, 자줏빛에 휘감기는 경험을 먼저 하게 됩니다.
또 다른 작품 〈Crooked identity〉(2021)에서는 제멋대로 휘고 꼬인 머리칼과 두상, 귀를 닮은 손잡이가 달린 커피잔, 물 위에 떠 있는 눈알이 파스텔 톤으로 그려집니다. ‘뒤틀린 정체성’이라는 제목과 달리, 두상을 감싼 붉은 테두리는 돌아올 자리를 분명히 알고 돌아온 선처럼 보인다는 것이 평론의 해석입니다.
오프닝의 드로잉 퍼포먼스는 무엇이었나요?
개막일에 작가가 직접 선보인 퍼포먼스입니다. 조형이나 회화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몸의 움직임으로 풀어내는 작업으로, 작가는 이를 “어항을 깨고 나오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출처: 슈갤러리 작가 인터뷰(앙토 · 2024)
전시장 바닥에 흰 종이를 깔고 붉은 안료와 꽃을 사용해 진행된 이 퍼포먼스는, 관람객이 작품 앞에 서는 대신 작품이 만들어지는 시간 안에 함께 서게 만들었습니다. 앙토의 표현대로 “자신의 언어가 몸”인 작가에게, 퍼포먼스는 회화의 연장선입니다.

이 전시는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
‘피해 서사’로만 읽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평론은 프리다 칼로의 연장선에서 해석할 여지를 인정하면서도, 페미니즘에 국한하지 말고 앙토라는 개인을 풍부하게 들여다보기를 권합니다.출처: 슈갤러리 전시 평론(김다현) · 《금지된 언어》
비체(abjection)로 다루어졌던 지난날의 고통이 더는 공포가 아니게 되는 지점 — 일그러졌던 정체성이 아름다움으로 피어나는 순간이 이 전시의 핵심입니다. 상처 난 영혼과 육체가 자기 의지로 어떻게 다시 태어나는지, 치유의 과정으로 볼 때 작품은 가장 정확하게 읽힙니다.
신진 작가의 작업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소장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신진작가 그림 사는 법도 함께 읽어 보세요.
슈갤러리에서는 무엇을 볼 수 있나요?
슈갤러리는 서울 명동(중구 남산동2가 24-9)의 신진 작가 전문 갤러리입니다. 매일 11:00–19:00 문을 열고, 입장료와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습니다.출처: 슈갤러리 방문 안내
2023년 4월 문을 연 뒤 앙토를 비롯한 신진 작가의 개인전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금지된 언어》의 전체 기록은 전시 페이지와 작품 페이지에서 볼 수 있고, 지금 열리는 전시는 전시 목록에서 확인하세요. 찾아오는 길은 방문 안내에, 명동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다른 전시는 명동 무료 전시 가이드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 앙토 《금지된 언어》는 언제 어디서 열렸나요?
- 2024년 5월 17일부터 5월 26일까지 서울 명동의 슈갤러리에서 초대전으로 열렸습니다. 현재는 종료된 전시이며, 기록은 슈갤러리 전시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앙토 작가는 어떤 작업을 하나요?
- 회화와 오브제, 퍼포먼스를 오가며 육체와 정체성을 다룹니다. 어항 속 물고기, 매화로 상징된 육체, 자줏빛과 마젠타의 강렬한 색면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 ‘금지된 언어’라는 제목은 무슨 뜻인가요?
- 사회적으로 말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여겨졌던 자신의 피해 경험을 가리킵니다. 작가는 그 이야기를 말 대신 그림과 오브제라는 ‘올바른 언어’로 옮겼습니다.
- 물고기 형상은 왜 자주 등장하나요?
- 작가 자신을 상징합니다. 어항을 깨고 나갈 수 없던 상태, 세상 밖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하던 자신을 물고기에 빗댄 것입니다.
- 슈갤러리 전시는 무료로 볼 수 있나요?
- 네. 슈갤러리는 명동역 인근의 신진 작가 전문 갤러리로, 입장료 없이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습니다. 관람 시간은 매일 11:00–19:00입니다.
전시 정보 · 관람 안내
전시: 앙토 개인전 《금지된 언어》 (2024.05.17–05.26 · 초대전)
장소: 슈갤러리, 서울특별시 중구 남산동2가 24-9 (명동역 인근)
관람: 월–일 11:00–19:00 · 입장료 무료
문의: Instagram @suegallery.23
이 글은 성폭력 피해 경험을 다룹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여성긴급전화 1366(24시간)에서 상담과 지원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