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유영운입니다. 저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조각에 대한 갈증이 남아 홍대 조소과 학부에 다시 입학해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마쳤습니다.
처음에 는 과장된 형태의 미디어 스타를 조각으로 표현하면서 대중적인 관심을 받았고, 현재는 조각을 중심에 두되, 회화와 설치를 병행하며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 가지 형식에 머무르기보다, 질문에 맞는 형식을 찾아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 작업은 우리가 어릴 적 한 번쯤 보았던 만화, 영화, 슈퍼히어로, 그리고 대중스타 같은 익숙한 이미지에서 출발합니다.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같은 캐릭터부터, 미디어가 만들어낸 스타와 정치인, 스포츠 선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그들을 직접 알지 못하면서도 몇 가지 이미지 특징만으로 ‘그 사람’을 안다고 느낍니다.
저는 바로 그 지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이미지가, 사실은 편집되고 가공된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스티로폼 구조 위에 이미지와 텍스트가 인쇄된 종이 전단지를 하나하나 붙여 인물을 만듭니다. 그 표면은 곧 ‘미디어 이미지의 파편’ 그 자체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익숙한 캐릭터를 통해 먼저 웃음을 만들고, 그 다음에 질문이 남게 하고 싶습니다.관람객이 작품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순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작품의 형태가 굉장히 독특해 보여요 제 작업은 팝아트처럼 보이기도 하고, 종이를 붙여 만든 콜라주 조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스티로폼 구조 위에 이미지와 텍스트가 인쇄된 종이 전단지를 하나하나 붙여 인물을 만드는데, 제가 이 작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사실 조소 작가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였습니다. 당시엔 조소 작품에 색을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저는 과감하게 화려한 색을 입히기도 하고, 종이라는 매체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매중미디어 스타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삼거나, 인물을 우스꽝스럽고 과장해 표현하기도 했으니까요,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작품이 어렵고 난해하게 다가가기 보다는 유쾌하고 약간은 장난스러운 방식으로 그 구조를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Q. 작품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날 것 같아요.
그렇게 느껴주신다면 정말 기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며 자랐고, 중학교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습니다. 지금은 이미지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합니다.
처음에는 매스미디어가 사람을 길들이는 방식을 이야기하고 싶어 대형 종이 설치 작업을 했습니다. 판매를 염두에 둔 작품은 아니었고, 공감과 질문을 위한 작업이었죠.
운이 좋게도 그 작품이 주목을 받게 되면서 전시장에 맞는 형태로 다시 러브콜을 받게 되고 조형적 오브제로 확장되었습니다.
이후 해외 아트페어와 경매를 통해 작품이 알려지고, 두바이와 뉴욕 등지에서 판매와 주문 제작이 이어졌습니다.
Q.두바이에 최초로 미술 한류를 연 작가로 유명한데, 당시 이야기를 좀더 이야기를 해주세요.
2009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SCOPE Art Show에 가나아트를 통해 출품한 제 엘비스 프레슬리 작품이 두바이 왕자에게 판매되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왕자님께서 파격적인 제안을 하셨습니다. 조건은 “아랍권 유명 인사 12명을 한 달 안에 제작해달라.”는 겁니다.
Q. 한 달 안에 대형작품 12점이라니,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사실 보통 그 정도 크기와 수량이면 제작기간을 1년이상은 잡아야 합니다. 더구나 제가 아는 인물은 오마르 샤리프 한 명뿐이었고,나머지는 전부 처음 접하는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유트브 영상과 사진 자료 수집, 표정과 제스처를 분석하고 그걸 제 작업 언어로 다시 번역해야 했습니다. 단순히 닮게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지의 상징성을 잡아내는 작업
가나아트 작업실 중 가장 큰 공간에 15~20여명의 어시스턴트들과 거의 합숙하다시피 하여 분업체계로 작업했어요.
당시 가나아트 작업실에서 어시스턴트와 작업하는 모습 Q. 그 많은 인원이 함께 작업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텐데요.
일단 제가 인물의 인상을 드로잉으로 잡으면, 한 팀이 스티로폼을 깎아 기본 조형을 만들고, 다른 팀은 신문과 인쇄물로 멀티미디어 레이어를 깔고, 또 다른 팀은 채색 톤을 조율하고, 얼굴의 디테일은 종이죽으로 소조하듯 다시 세웠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파트는 재단된 종이 조각을 아래에서부터 픽셀처럼 쌓아 올리는 겁니다. 이 마지막 과정은 속도도 중요했지만, 감각이 더 중요한데 색의 흐름과 밀도를 읽어야 했으니까요.
완성 후에는 배편으로 작품을 보냈는데. 온도, 습도 변화가 작품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포장부터 출고까지 정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작품들은 한국에서는 따로 전시되지 못하고 해외로 떠났습니다 .
초기에는 전시장에 걸리기도 전에 컬렉터에게 바로 소장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작업들도 그렇게 흘러간 셈입니다.
두바이 왕자가 주문한 12인의 아랍 스타들 작품 Q. 지금 돌아보면 그러한 경험들이 참 기억에 남았겠어요.
한 작품이 마이애미에서 두바이로 이어지고,제가 알지 못했던 세계의 얼굴들을 찾아내고, 공장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 한 달 동안 몰아붙였던 시간.
그 경험은 제게 단순한 해외 프로젝트가 아니라, ‘이미지의 이동과 소비’를 몸으로 체험한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과정을 직접 겪은 그 한 달은 지금도 제 작업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흐름이 늘 직선은 아니었습니다.시장의 변화와 경기의 영향 속에서 조용히 축적하는 시간도 길었습니다.
지금은 그 굴곡이 오히려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조금 비켜서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전시는 새로운 선언이라기보다, 제가 이어온 작업의 흐름을 다시 정리해 보여드리는 자리로 준비했습니다.
최근 몇 달간 집중해온 ‘이미지와 미디어’에 대한 질문이 어떻게 형태로 변화했는지를 한 공간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이번에는 조각뿐 아니라 회화 작업도 함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입체 작업이 미디어 이미지의 파편이 실제로 쌓이고 붙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회화는 그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어떻게 번지고 왜곡되는지를 본질적이고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같은 질문을 다른 매체로 보여드림으로써, 관람객이 여러 층위의 시선으로 작품을 경험하길 바랐습니다.
저는 만화와 영화, 슈퍼히어로를 좋아하던 어린 시절의 감각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이미지들은 제 안에 남은 ‘기억의 언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이미지들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인식을 형성하는 구조라는 점을 더 또렷이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작업은 좋아했던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과장하고 비틀어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과정을 찾습니다.
전시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 문득 떠올라 피식 웃게 된다면, 그리고 “내가 알고 있던 게 전부는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라도 스친다면,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재료 역시 하나로 고정하지 않습니다. 스티로폼과 종이 콜라주를 기반으로 하되, 레진이나 FRP 등 다양한 재료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환상과 권력,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소비하는 방식 을 다양한 매체로 확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자기 복제를 하지 않는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유영운 초대전
<이미지의 잔상과 편집>-신화에서 아이돌까지 반복되는 욕망
2026.2.28- 3.27
오전 10:30 - 오후 6:30
슈갤러리: 서울 중구 남산동2가 24-9
유영운 작가 프로필
학력
2010 홍익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졸업
2006 홍익대학교 조소과 졸업
2001 세종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1998 세종대학교 회화과 졸업
주요소장처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경남도립미술관
가나아트갤러리
호서대학교
주요 기업 및 국내외 개인 컬렉션
두바이 왕가 12점 주문 제작
Sotheby's
뉴욕 경매 출품
서울옥션
다수 판매
해외 진출 및 국제 활동
2008
SCOPE Art Show
, 마이애미
홍콩 Seoul Auction 경매 (2008~2011)
뉴욕 소더비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 (2007)
2011 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파리 레지던스
레지던스 및 창작 기반
2008~2014 가나아트센터 아뜰리에
2008 국립현대미술관 고양 창작스튜디오
2016~2021 아트 비 아뜰리에
개인전 (18회)
대표 개인전
2000 《얼굴》, 덕원갤러리
2007 《미디어의 역습》, 신한갤러리
2009~2012 《신화》 시리즈 (가나아트)
2016~2019 《Modern Idol – 매스미디어 속의 아이돌》 연작
2020 《신화·히어로·슈퍼스타》
2023 《종이 아이돌》
2024 《변신술 – 미디어 속 아이돌의 페르소나》
2025 《연희동 슈퍼스타》
주요 단체전 및 기관 전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성남아트센터
포항시립미술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
코엑스 조형아트서울 (다수 참여)
BAMA, 아트부산 등 국내 주요 아트페어